고령자의 삶이 끝난 뒤, 데이터는 어디로 가는가?
현대인은 삶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 공간에 남긴다.
SNS의 사진과 글, 이메일, 클라우드에 저장된 문서, 유튜브나 블로그의 콘텐츠, 심지어 스마트폰 메모와 위치 기록까지.
고령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60~70대 이상 사용자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 SNS, 인터넷 뱅킹, 이메일 등을 통해 디지털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이 데이터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고인의 디지털 기록을 정리하고, 삭제하거나 혹은 보존하는 서비스를 '디지털 장의사(Digital Undertaker)'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죽음 이후를 설계하는 UX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고령자의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UX를 구성해야 사용자와 가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고령자의 디지털 유산, 정리되지 않는 잔여물
고령자가 사망한 후 남는 디지털 흔적은 다양하다.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클라우드(사진, 문서), 유튜브 채널, 메신저 기록, 온라인 쇼핑 계정, 전자지갑, 가상화폐, 금융앱 등등..
이 중 상당수는 가족조차 접근할 수 없다. 특히 고인이 비밀번호를 남기지 않은 경우, 계정 삭제는 물론, 데이터 열람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일부 플랫폼은 가족 요청 시 삭제가 가능하지만, 엄격한 법적 증명과 절차가 필요해 현실적 장벽이 높다.
결과적으로 고인의 디지털 정보가 방치되거나, 제3자에 의해 오용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는 단지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생애의 마무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사용자 경험적 과제다. 고령자 스스로 디지털 유산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와 UX 설계가 이제는 필수적인 논의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장의사 UX,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
디지털 장의사 UX는 죽음을 전제로 한 사용자 경험이기 때문에 그 어느 서비스보다 심리적 배려, 사용성의 단순화, 데이터 윤리가 강조된다. UX 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고령자가 자신의 생애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고 설정할 수 있는 ‘유언형 UX’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SNS 계정을 자동으로 삭제하거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중 일부만 가족에게 공개되도록 설정하며, 전자금융 계정을 자동으로 폐쇄하도록 미리 신청할 수 있는 기능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고령자가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사후에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고령자가 생전에 설정 가능한 기능도 필요하다. 단, 절차는 복잡하지 않아야 하며, 자연스러운 언어로 설명된 단계별 설정 화면이 필요하다. 예로 “나중을 위해 디지털 흔적을 정리해보시겠어요?”, “남겨두고 싶은 사진은 선택해 주세요.”, “삭제하고 싶은 계정을 체크해 주세요.”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고령자 가족에게 자동 전달되는 ‘디지털 열쇠 UX’
고령자가 사망하면, 가족에게 사전 설정된 권한/메시지/콘텐츠가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사망 인증이나 주민등록 말소 데이터 연동 등으로 자동 진행될 수 있으며, 개인적인 메시지, 사진, 계정 접근 키 등이 미리 설정된 수신자에게 전송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받는 가족의 감정 케어다. 갑작스러운 알림이 아닌, “○○님의 디지털 기록 일부를 정리하셨습니다. 천천히 확인하실 수 있어요.” 와 같은 완곡하고 부드러운 UX 언어가 필수다.
고령자 사망 후에도 관리되는 ‘디지털 추모 공간’
일부 고령자들은 자신의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가족에게 디지털 추억의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는 고인의 동의 하에 사진, 글, 영상 일부를 ‘추모 페이지’로 전환하거나, SNS를 자동 전환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다. 해외 플랫폼 중 일부는 ‘메모리얼 모드’를 제공하여 사망자의 계정을 비공개화하되, 가족이나 지인만 기억을 공유하고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역시 ‘죽음 이후에도 존중받는 사용자 경험’의 일환이다.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국내외 적용 현황으로 먼저 해외사례를 살펴보자. 구글에는 'Inactive Account Manager' 서비스가 있다.
구글은 사용자가 장기간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특정 연락처에 데이터를 전달하거나, 계정을 삭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생전에 ‘3개월 이상 미사용 시, 연락처 A에게 내 유튜브·지메일·사진 데이터 전달’ 같은 설정을 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유산 사전 설정 UX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국내 사례로는 민간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굿바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디지털 유산 정리 서비스를 표방한 앱 ‘굿바이’가 소셜 미디어·사진·은행 계좌 등 디지털 흔적을 사용자가 사전에 정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나의 계정 정리하기”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 등의 UX 플로우는 복잡한 절차를 감성적 문구와 함께 단계화해 사용자 불안감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의 끝도, 사람 중심 고령자 UX로 설계되어야 한다
죽음 이후를 설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고령자에게 디지털 유산은 복잡한 개념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은 죽음을 논의하는 방식마저도 따뜻하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바꿀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는 단순히 계정을 정리하는 기능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이자,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경험 설계이기도 하다.
고령자 UX에서 이제는 ‘살아 있는 동안의 편의’뿐만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존중받는 사용자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죽음조차 불편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UX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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