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유물 뒤에 남아 있는 또 다른 기록들많은 분들이 고고학이라면 당연히 토기, 금속기, 돌도구 같은 물질적 유물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전 세계 고고학 연구의 실제 비중을 보면, ‘유물이 거의 남지 않은 지역’을 다루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건조 지역, 토양 산성도가 높은 숲 지역, 바닷가 습지처럼 유기물이 빠르게 부패하는 환경에서는 유물 보존률이 극도로 낮습니다. 또한 전쟁이나 자연재해, 약탈 같은 극단적 사건을 겪은 지역에서는 정착지 전체가 흔적도 없이 파괴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과거를 연구할 수 없을까요? 오히려 고고학자들은 사라진 유물 뒤에서 더 강력한 기록을 발견합니다. 바로 지형, 토양, 기후 변화, 식생 분포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입니다. 자연은 인간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