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공공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복지서비스 등 다양한 공공정보가 존재하지만, 고령자 상당수는 여전히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하거나, 접속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현실에 놓여 있다.
특히 많은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젊은 세대 기준으로 구성된 정보구조, 작은 글씨, 복잡한 메뉴 구조, 모바일 부적합 등이 고령자의 접근을 막고 있다. 고령자가 정보를 찾지 못했다면 그것은 홈페이지에 없던 것이 아니라, ‘있어도 접근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고령자 중심의 관점에서 공공기관 홈페이지 UX의 문제를 분석하고, 실제 리디자인 사례를 통해 어떻게 접근성과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지 실질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고령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진짜 공공일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에게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불편한 3가지 이유
고령자는 일반 사용자와 달리 정보 검색보다 정보 인식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고령자 UX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구조가 ‘기관 중심’이다. 공공기관 홈페이지 대부분은 사용자의 목적이 아닌 기관의 내부 조직 기준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예시로 ‘국민연금’ 홈페이지의 ‘고객센터 → 자료실 → 지침문서’ 경로는 고령자에게 비직관적이다. 고령자는 ‘내 연금은 얼마나 받나?’처럼 생활 중심의 접근을 하기 때문에 정보구조 자체가 사용자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둘째, 글씨 크기·색상 대비가 낮고, 버튼이 작다. 시력이 약해진 고령자에게는 작은 글씨, 흐릿한 회색 계열 텍스트, 작은 버튼 크기 모두 시각적 장벽이 된다. ‘확대 기능’을 마련한 홈페이지도 있지만, 이는 사용자 스스로 설정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접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셋째, 용어가 생소하고, 절차가 불명확하다.
‘개별연금 납부내역 조회’, ‘사회보장급여 신청 상태 확인’ 등의 용어는 고령자에게 생소한 공공 언어다. 또한, 로그인 이후 ‘인증서 필요’, ‘휴대폰 인증 실패’ 등 절차상 난관도 고령자 UX를 어렵게 만든다.
고령자 중심 리디자인 시 고려해야 할 UX 전략
고령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홈페이지 UX 리디자인은 다음의 전략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정보를 ‘행정 편의 중심’이 아닌 사용자 질문 중심의 구조(IA)로 재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기존 메뉴는 “제도 소개 / 신청 / 자료실 / 공지사항” 단순하게 제시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개편 메뉴로 “어떻게 신청하나요?”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신청했는데 언제 지급되나요?” 등을 제시할 수 있다.
1. 고대비 시각 UI + 버튼 크기 확대
글자 크기는 16pt 이상, 버튼은 44px 이상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텍스트는 흰 바탕 + 짙은 색 계열로 구성해 명확한 시각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모바일 최적화 시에는 터치 영역이 충분한지, 오입력을 방지할 수 있는 여백 확보도 필수다.
2. 절차 간소화 + 사전 안내 강조
복잡한 로그인 절차를 개선하고, 고령자 인증 모드를 별도로 제공하거나 인증 과정에 단계별 안내(“지금은 본인확인 단계입니다”)를 표시함으로써 혼란을 줄일 수 있다.
3. 음성 안내’와 ‘읽기 기능’ 추가
웹사이트 상에 TTS(음성 변환) 기능을 도입하여, 고령자가 글을 읽지 않고 들을 수 있도록 설계하면 정보 접근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고령자 비문해층이나 시력이 많이 약해진 사용자를 위한 핵심 기능이 될 수 있다.
고령자 UX를 반영한 공공 웹사이트 리디자인 사례
성공사례로는 ‘서울시 50플러스 포털 리뉴얼’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웹 포털을 리디자인하면서,
메인 화면에 “지금 할 수 있는 활동”, “지금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을 크게 배치하고, 폰트 크기를 18pt로 설정, 마우스 오버 시 글씨 강조 기능까지 도입했다. 특히 신청 절차를 3단계로 단순화하고, 모든 버튼을 색상 기준으로 시각 구분되게 하여 70대 이상 사용자도 스스로 프로그램 신청이 가능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국민연금공단 ‘시니어 모드’ 도입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2024년 홈페이지 리뉴얼 과정에서, 고령 사용자를 위해 ‘간편 모드(시니어 모드)’를 도입했다. 해당 모드는 연금 수령액 조회, 납부내역 확인, 상담 예약 등 핵심 기능만을 큰 버튼과 단순한 설명으로 제공하며 “비밀번호 없이 휴대폰 인증만으로 접속 가능”한 UX 구조로 재설계되었다.
일부 지자체 홈페이지의 실패 사례도 살펴보자.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는 여전히 ‘공지사항’이 PDF 파일로만 제공되며, 메뉴명이 “행정자료실”, “중점추진사업” 등으로 되어 있어 고령자가 자신의 생활과 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실질적 정보 단절로 이어지며, 디지털 격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공공의 디지털 공간은 누구에게나 ‘쉬워야’ 한다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국민이 정부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첫 접점이자 행정 서비스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고령자에게는 사용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구조라면, 공공의 본질은 훼손된다.
UX 설계자는 고령자를 비전문가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다른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사용자”로 존중하며, 그들을 위한 구조적 배려를 설계해야 한다. 고령자도 정보에 당당히 접근할 수 있어야, 진정한 디지털 공공의 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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