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수렵 방식은 도구가 아니라 ‘흔적’에서 드러납니다
고대 수렵 사회를 설명할 때 많은 사람이 창, 활, 석기 같은 도구를 중심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비유물고고학에서는 도구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아도 수렵 방식과 패턴을 비교적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접근이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구는 금속 부식, 유기물 분해, 이동 중 손실 등 다양한 이유로 남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 흔적—뼈 절흔, 사냥 동물의 해체 흔적, 동물군 구성 변화, 토양 교란 패턴, 미세 탄화물—은 대개 남아 있어 수렵 활동의 ‘간접 기록’을 제공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비유물 자료를 통해 도구 없이도 고대인의 사냥 전략과 행동 패턴을 어떻게 복원하는지 단계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사냥 동물의 뼈 절흔이 보여주는 사냥 방식의 방향성
비유물고고학 연구자는 도구가 남아 있지 않을 때, 사냥된 동물의 뼈에서 나타나는 절흔(cut mark)과 박리 흔적을 통해 당시 사냥 기술을 해석합니다. 저는 이 절흔이 사냥 전략 복원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석기나 뼈 도구가 사용되었다면 뼈 표면에는 좁고 깊은 선형 절흔이 남습니다. 반면, 날이 무딘 천연석이나 골재(석편)가 이용되었다면 절흔은 넓고 불규칙한 형태를 띱니다.
도구 자체가 사라져도 절흔의 형태는 남기 때문에 연구자는 절흔의 방향·깊이·규칙성을 분석해 사냥 과정에서 사용된 움직임까지 추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절흔이 특정 관절 부위에 집중되어 있다면 당시 사냥꾼이 효율적인 해체 절차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결국 절흔 분석은 ‘도구가 없어도 사냥 방식이 남는다’는 비유물 연구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동물군 구성 변화가 말해주는 계절별 사냥 주기
고대인의 수렵 패턴은 사냥 대상이 어떤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잡혔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동물군 구성 변화가 이러한 주기성을 파악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 사냥되는 동물은 지방 비율이 높고, 실제 뼈에서도 지방 산화 흔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반면 여름철 사냥은 어린 개체의 뼈 출현 비율이 높아 계절적 개체 분포를 반영합니다.
연구자는 이 출현 비율의 차이를 활용해 계절별 사냥 활동의 패턴을 복원합니다. 특정 층위에서 사슴 새끼의 출현 비율이 급증한다면 봄철 집단 사냥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동물군의 조성 변화는 도구 없이도 고대 수렵 패턴을 복원하는 매우 유효한 비유물 자료입니다.
사냥 후 처리 과정(Butchering Pattern)이 남기는 행동 시나리오
고대 사냥꾼의 행동 방식은 사냥 이후의 처리 과정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저는 이 과정이 사냥 기술 못지않게 연구 가치가 높다고 봅니다. 연구자는 뼈 파편의 크기, 골수가 추출된 흔적, 화열 흔적, 파쇄 패턴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순서로 고기를 처리했는지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골수 채취가 목적이었다면 뼈는 일정한 방향으로 강하게 파쇄되어 뾰족한 파편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의례 목적의 분해라면 불규칙한 파쇄와 화열 결합 패턴이 함께 남습니다. 이처럼 뼈와 주변 비유물 요소들을 분석하면 사냥꾼이 이동식 해체를 했는지, 야외에서 바로 조리했는지, 공동체로 운반했는지 등 ‘행동의 순서’까지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도구 없이도 행동 전략을 복원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사냥터의 공간 배치 흔적이 드러내는 협업 방식
도구 없이도 고대 사회의 협업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유물 자료는 공간 배치 흔적입니다. 저는 공간 분석이 수렵 사회의 조직적 행동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야외 사냥터 주변에 미세한 퇴적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특정 구역에서 처리 활동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다수의 뼈가 한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 지역이 공동 해체 장소였거나 사냥 후 휴식·분배가 이루어진 공간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비유물고고학 연구자는 이러한 공간적 군집 패턴을 이용해 사냥꾼 집단의 규모, 역할 분담, 이동 동선까지 추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냥터의 ‘미세한 지형 변화’는 고대인의 협력 구조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불씨 흔적과 탄화 패턴이 보여주는 고대 조리 전략
고대 수렵 사회에서 불의 사용 방식은 곧 조리 전략과 직결됩니다. 저는 탄화 흔적이 도구 없이도 조리 기술을 복원하는 결정적인 비유물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는 토양에서 발견되는 미세 탄화물의 크기·농도·색조를 분석해 조리 방식이 직접 화열인지, 간접 가열인지, 또는 연기 처리인지까지 구분합니다. 특히 탄화 패턴이 특정 동물 뼈와 함께 나타나면 조리 과정에서 적용된 순서까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다리뼈 주변의 탄화가 강하면 직화구이를 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골반 부위의 균일한 탄화는 간접 가열을 통해 서서히 익힌 방식과 관련됩니다. 이러한 분석은 도구 없이도 사냥 이후의 조리·보존 전략을 복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도구가 아닌 ‘흔적’이 고대인의 사냥 전략을 말해줍니다
비유물고고학에서는 도구가 남아 있지 않아도 고대 수렵 패턴을 매우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뼈 절흔, 동물군 구성, 파쇄 패턴, 화열 흔적, 공간 패턴은 모두 당시 사냥꾼의 사고방식·협력 구조·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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