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 해결을 위한 국내외 정책 비교와 시사점
시니어 디지털 소외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빠르게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금융, 행정, 보건, 교육 등 거의 모든 영역이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디지털 소외’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촌 거주자 등은 디지털 서비스의 접근성에서 크게 배제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소외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육, 경제력, 지역 간 격차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얽힌 복합적인 현상이며,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다. 세계 각국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 왔으며, 국내 정책도 이를 참고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시니어 디지털 포용 정책: 기초는 있지만, 확장성은 부족하다
한국 정부는 2021년부터 ‘디지털 포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정보 접근 기회를 보장하는 다양한 사업을 시행해왔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배움터’ 사업은 전국의 주민센터나 도서관 등을 거점으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 모바일 뱅킹, 공공서비스 이용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플랫폼’도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참여율과 효과성이다. 교육을 받은 인원 중 상당수는 교육 내용을 단기적으로 기억하고 곧 잊는 경향이 있으며,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접하지 못하면 그 효과는 제한된다. 또 지방이나 농어촌의 경우 교육 인프라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전국 단위 정책’이 실질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으로만 작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영국의 시니어 디지털 포용 전략: 개인 맞춤형 지원에 집중하다
영국은 디지털 소외 문제에 대해 ‘개인 맞춤형 접근’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영국 정부는 ‘Digital Inclusion Strategy’를 통해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디지털 역량 향상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과 협력해 다양한 실행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Digital Champions’ 프로그램이다. 이는 디지털 교육을 받은 지역 내 일반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주변의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일대일 맞춤형 지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은행, 병원, 우체국 등 공공 서비스 접점에 디지털 도우미를 상주시켜, 고령자나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즉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인 디지털 적응력 유지를 가능하게 하며, 사회적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다. 결과적으로 고령층 인터넷 사용률 60% 이상까지 상승되는 효과를 이끌었다.
호주의 시니어 접근성 강화 정책: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다
호주는 지리적으로 넓고 농촌과 도심 간의 정보 격차가 크기 때문에, 디지털 포용 정책도 지역 기반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있다. ‘Be Connected’ 프로그램은 호주 전역에 걸쳐 수백 개의 커뮤니티 허브를 조성하고, 특히 고립된 지역의 노인들에게 무료 인터넷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특징적인 전략 중 하나는 ‘디지털 접근성 보조금’ 제도다. 일정 소득 이하의 가구나 고령 가구에 대해서는 무료로 인터넷 사용 장비를 제공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통신요금을 국가가 지원한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 센터와 도서관을 활용하여 네이티브 언어나 이해력 문제를 가진 원주민 고령자에게는 영상 자료, 시청각 중심 콘텐츠로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물리적 접근’과 ‘정보 인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시니어 디지털 포용 정책: 디지털 기기에 안정적으로 접근시키다
Affordable Connectivity Program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으로,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에게 월 최대 30달러(부족 지역은 최대 75달러)의 인터넷 요금 지원과 최대 100달러의 기기 구매 보조금을 제공한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가정, 농촌 지역 거주자에게 초고속 인터넷((WCAG 2.1) 접근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온라인 금융 서비스, 원격 진료, 교육 등 필수 디지털 서비스 이용률을 크게 향상시켰다. 2023년 기준 약 2,0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으며, 디지털 포용성과 정보 접근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정책 비교를 통해 본 한국 시니어 개선 방향
국내 디지털 포용 정책은 출발점으로서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 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한계가 있다. 영국과 호주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바로 ‘개인 중심’과 ‘지역 중심’의 전략이다. 일률적인 교육보다는, 사용자의 이해도와 필요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며, 교육 후에도 반복적이고 생활 밀착형의 서비스가 지속되어야 한다. 한국도 ‘디지털 배움터’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 및 시민단체와 협업하여 교육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각 지역의 거점 시설에 디지털 도우미를 상시 배치하고, 디지털 기기 보급과 요금 지원 같은 실질적 지원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포용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을 바꾸는 디지털 동행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