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타겟팅

UX 전문가가 밝힌 시니어폰과 금융앱의 숨은 공통 문제

tobloom 2025. 6. 30. 16:02

시니어 전용 UX, 왜 기기와 앱 모두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까?

고령자 대상 디지털 제품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금융앱, 건강앱, 심지어 시니어 전용 키오스크까지 출시되며, 디지털 포용이라는 키워드가 현실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UX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품은 바뀌었지만 불편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특히 시니어폰과 금융앱은 사용 목적도 다르고 기기 유형도 다르지만, 실제 사용자의 경험 흐름을 분석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문제 구조를 드러낸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 사용자 중심의 사고가 배제된 채, 젊은 세대를 기준으로 한 기능 중심의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많은 시니어폰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서 기능만 일부 축소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없이, 오히려 다양한 기능을 ‘숨겨 놓은’ UI가 흔하다. 금융앱 역시 최신 보안 기술과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탑재하면서 복잡해진 흐름을 고령 사용자에게도 동일하게 요구한다. 이처럼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배제된 채 기능 위주로 구성된 시스템이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눈 쌓인 공원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외로운 여성 시니어의 뒷모습

 

문제 ① 시니어 “잘 보이지 않고,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

시니어 UX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사용자의 표현은 “잘 보이지도 않고, 뭘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문장이다. 이 문장 속에는 ‘시인성’과 ‘조작성’이라는 두 가지 UX 핵심 요소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단순히 텍스트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시인성의 전부가 아니다.

고령자는 시력이 저하된 것뿐만 아니라, 시각적 피로도가 높고 배경과 전경을 구분하는 능력도 약화되며, 특히 ‘한눈에 핵심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많은 디지털 기기들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작은 글씨와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앱에서 ‘이체’ 기능을 이용하려면 이체 버튼, 수취인 입력, 금액 입력, 수수료 확인, 이체 확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동일한 색상, 유사한 글꼴, 비슷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면 고령자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진다. 시니어폰 역시 문자, 전화, 설정 아이콘이 유사하게 배치되어 있으면 반복적인 오작동이 발생하고, 이는 곧 사용자의 자기 효능감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이러한 시인성과 조작성의 결핍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용자가 디지털 기기를 꺼리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문제 ② 시니어에게 기억을 요구하는 UI, 실수에 가혹한 구조

UX 전문가들이 시니어 제품군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보는 구조는 이른바 ‘기억 기반 설계’이다. 이는 사용자가 기능의 흐름이나 절차를 외워야만 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UI를 의미한다. 고령 사용자에게 있어 이러한 구조는 매 단계마다 높은 인지적 부담을 유발하며, 결국 사용 포기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시니어폰에서는 전화 → 최근 통화 → 통화 기록 삭제 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정확히 기억하지 않으면 기능 사용이 어렵다. 금융앱에서는 다양한 인증 수단(비밀번호, 패턴, 생체정보, OTP 등)을 기억하고 입력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실수나 오류에 대해 ‘회복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다수 금융앱은 인증 실패 시 초기화면으로 되돌아가거나 앱이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 오류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어떻게 다시 시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부족하다. 시니어폰 역시 오작동 시 경고만 제공하고, 해결 방법에 대한 유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UX 설계의 핵심 중 하나는 ‘오류의 허용’과 ‘회복 가능한 흐름의 제공’이다. 하지만 시니어 제품은 대부분 실수 없는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령 사용자에게는 ‘기기를 잘못 조작하면 회복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내면화된다. 이는 결국 디지털 회피로 이어지며, 사용 지속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게 된다.

 

해결을 위한 핵심: 정보 흐름 재구성과 실패 허용 UI

시니어폰과 금융앱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큰 글씨나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핵심은 정보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재구성하고, 실수나 오류를 허용하는 UI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앱의 이체 화면에서는 각 단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색상, 크기, 간격 등 시각적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이제 수취인 정보를 입력합니다”와 같은 안내 문구나 음성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사용자가 현재 위치와 다음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니어폰 역시 전화 앱 실행 시 최근 통화기록, 전화번호부, 키패드 등을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구분하고, 메뉴 이동 시에도 반복 학습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도형, 색상, 위치 등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구분되는 경험’을 통해 사용자는 비로소 기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실수했을 때 부드럽게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UI 흐름이다. 예를 들어 “지문 인식이 실패했습니다. 손가락을 다시 올려보세요.”라는 메시지는 고령 사용자에게 위로와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피드백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핵심 UX 요소다.

좋은 시니어 UX란, 기능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내가 이걸 직접 사용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설계에 있다. 결국, 고령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잘 보이게’ 만드는 화면이 아니라, ‘잘 사용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포용의 진정한 시작점이다.